<출처: 날씨를 알면 내일이 보인다, 박대홍, 한겨레출판사>
고기압이란 공기의 밀도가 높다는 말이다. 밀도가 좁다는 것은 생물체가 살기에 좋은 기상환경이라는 것을 뜻한다.
지구의 평균 기압은 1기압, 즉 1,013헥토파스칼(hPa)인데, 기압이 높으면 신체의 건강상태도 좋고, 낮으면 좋지 않다.
우리는 생활하는데 기압을 전혀 느끼지 못하므로 기압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생활한다.
그러나 기압이 미치는 영향은 모든 분야에서 대단히 크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기압이 낮아 코피가 쏟아지거나 귀가 먹먹해지고, 심지어는 고막이 파열되는 등 신체상의 이상이 나타난다.
요리를 할 때에도 물이 100도씨 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기 때문에 음식물이 잘 익지 않는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갖가지 영향을 미친다. 저기압 하에서는 병이 나기 쉽고 치료가 어려우므로 의료비의 지출이 많아지고, 비행기는 출력이 약해져 승객과 화물을 많이 실을 수 없게 된다. 기온이 1도씨 높아지면 승객 한 사람을 줄여야 한다. 1994년 여름에 제주에서 비행기가 착륙 지점을 수정하려고 다시 상승하다가 울타리를 받아 떨어진 사고도 겨울이나 가을철이었다면, 고기압 속에 산소가 많아서 연소가 잘 되어 그대로 빠르게 상승할 수 있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기의 공해가 심한 상태에서 기압이 낮으면, 자동차의 시름이 불완전 연소되어 공해 물질이 더 많이 배출되고 출력도 그만큼 떨어져 유류의 소비가 많아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저기압 속에서는 사람의 신체가 풀어져 근육무력 상태가 되어 체내의 기능이 왕성하지 못하지만, 고기압권 내에서는 신체가 약간 수축하여 모든 기능이 원활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저기압은 사람의 몸을 나사 풀린 기계같이 덜컹거리게 하고 고기압은 나사를 잘 조요 기계가 아주 잘 돌아가듯이 신체에 활기를 넣어 준다. 자동차나 기계 역시 같은 기름을 소비하면서도 저기압 내에는 산소의 부족으로 연소가 왕성하지 못해 힘을 내지 못한다. 그래서 기계에서 같은 힘을 유지하려면 저기압권 내에서는 고기압권 내보다 더 많은 기름을 공급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기압이 문화를 좌우하는 것도 그냥 보아 넘길 수는 없다. 고위도에 위치한 유럽의 과학이 열대지방보다 훨씬 발전해 있는 것도 기압의 차이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추운 지방은 기압이 줍다. 높은 기압은 산소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뇌에 보다 많은 산소를 공급하므로 뇌의 활동이 왕성하여 고도의 문화를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범죄에 있어서도 폭동이나 폭력사태 등은 저기압 때 많이 나타나고, 지능범죄는 고기압 때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